
현남편이 남편이 되기 전, 남자친구이었던 시절, 갑작스레 남자친구에게 공황장애가 찾아왔다. 첫 번째 공황 증상 발생 후 어느 정도 극복이 된 뒤 몇 년의 간격을 두고 한 번 더 공황 증상이 찾아왔었는데 가장 가까운 관계인 아내(당시 여자친구)의 입장에서 공황장애를 지켜본 밀착 후기를 남겨보고자 한다. 당시 남편은 남자친구, 나는 여자친구였지만 편의상 남편, 아내로 지칭하도록 하겠다.
남편에게 찾아온 첫 번째 공황 발작 증상
먼저 첫 번째로 남편에게 공황 증상이 찾아온 것은 2016년으로 글쓴이가 교생실습을 나가있었을 때였다. 남편은 내가 나가 있던 학교 근처 카페에서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러한 때에 갑작스럽게 공황 발작 증상들이 나타났다. 교생 업무가 끝나고 퇴근을 준비하며 핸드폰을 확인했을 때 당황스러운 연락이 남겨져 있었다. 너무 오래전이라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당혹스러웠던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다. 대략적인 연락의 내용은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고 몸이 축 처져서 죽을 것 같은 느낌에 너무 불안함을 느껴서 고향에 내려가야겠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거의 매일 붙어 다녔기 때문에 일단 남편이 갑작스럽게 고향에 간다는 사실에 당황했고 공황장애에 대해 잘 몰랐었던 당시 상황에서는 ‘심각한 건강의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가’하는 어마무시한 공포를 느꼈었다.
그렇게 남편은 고향으로 내려갔고 나는 그 주 주말에 남편을 만나러 갔었다. 고향에 내려간 남편은 여러 병원을 다니며 신체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소견을 받았었고 그제야'아 이게 공황장애구나.'라고 자각하게 되었다. 실제로 남편은 당시 마르지도 살찌지도 않은 운동형 근육이 있는 건강한 몸매에 담배도 피우지 않아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에 남편은 약물의 도움을 받지 않고 극복해 보자는 마음으로 고향에서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며 등산, 걷기와 같은 운동을 하고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는 노력을 했었던 것 같다.
여자친구 입장에서의 공포감. 지금 생각해 보면 미숙함.
남편은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고 생각하여 1주-2주 정도 후에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남편이 다시 온 반가움과 안도감은 잠시였고 정말 말 그대로 "맙소사"였다. 울고 불고 화내다가 미안해했다가 속상해했다가 죄책감도 느꼈다가 정말 징그럽게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물론 증상을 겪는 본인이 가장 힘들었겠지만 당시에는 아내도 아닌 23살의(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 어렸던 것 같다.) 여자친구의 입장에서 공황 발작 증상으로 인해 나타나는 처음 보는 남편의 모습들에 나 또한 매우 지쳐가는 시간을 보냈었다. 남편은 평소 다정다감하고 맞춰주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었기에 새로운 모습은 더욱 당황스럽게 느껴졌었다.
오래전 일이지만 기억에 남는 사건은 평온하게 동네에서 영화를 보러 산책 겸 걸어가는 도중 정말 갑작스럽게 전조 증상도 없이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며 발을 동동 구르기까지 하며 남편이 화를 냈던 일이 있다. 나는 ‘조금만 기다려보다가 영화를 보고 돌아가자.’는 입장이었고 남편은 ‘지금 당장 돌아가야겠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나는 공황장애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었기에 그런 모습을 보이는 남자친구에게 기계적으로 "천천히 숨을 쉬어 봐. 괜찮아." 같은 말밖에 해 줄 수 없었다. 그런 과정은 남편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고 본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은 나의 모습에 남편이 화를 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어리고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남자친구의 불안보다는 내게 찾아온 심리적 부담감과 당혹스러움에 놀라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함께 불안해하는 나의 모습이 남자친구의 불안을 더 강화시켰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며 이전 날들을 생각해 보니 남편도 나도 참 미숙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리기도 어렸고 난생처음 겪어보는 증상들에 얼마나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을지, 그 시절의 우리가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이 글을 읽게 되는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분들은 조금이나마 덜 힘든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우리가 그런 시간들을 어떻게 흘려 보내왔는지 계속해서 글을 써보려 한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 글은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글이기 때문에 ‘이 사람들은 이랬구나.’ 정도로 위로를 받으며 우리의 경험을 참고하되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라면 꼭 전문가를 찾아가 도움을 받으라고 당부를 드리고 싶다. 다음 글은 아마도 미숙했던 그 당시, 좀 더 빨리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과 내가 남편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었는지에 대해 써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